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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o Yoshimata / History 


신분상승은 참으로 어려운 일 같고

하고 싶은 일을 오래도록, 계속 좋아하며 할 수 있도록 기본기를 키우는 것도 참 쉽지 않다.


하루빨리 공부를 끝내고 직업을 가져서 온전히 독립하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 얻을 나의 학위가 얼마나 가치있을지 의문스럽고 
그렇게 쉽게 독립이 같지도 않다. 

 

어제는 하루 종일 도련님이 말했던 개천 , 유전, 환경 등의 말들이 가슴에 박혀 있었고

엘리트 아버지를 너는 어째서 모양이냐 하며 받아치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다.

 

아이보다, 언니보다, 언니와 오빠보다 나은연구를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나는 나만이 있는 가치있고 흥미로운 연구가 있고,  

세상에 미약하나마 아주 약간이라도 보탬이 되는 발견을 있을 것이라고  

또 그것이 나의 so-called 소명일 것이라고 


부분만은 여전히 굳게 믿고 있다.


오늘은 너무 외로워서, 자전거를 타다 내려 혼자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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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6. 12:12


오늘같은 날 위로가 되는 찬양. 

중심을 단단하고 무겁게. 담담하게 길을 걷자.


이제껏 예비하신 것도, 앞으로 예비하실 것도 하나님.  

내가 해야 할 커다란 모든 일들을 가능하게 해주실 것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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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년도 더 지난 일본에서의 여름. 

마시지도 않았던 보리차, 한입씩만 먹어보고 버리던 캔맥주가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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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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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있고 아름다운 뮤지션들이 오래도록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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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좋아. 안경도 좋다. 

여긴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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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임경선. 더 알아보고 싶어서 그녀가 쓴 산문을 한권 더 읽어보았다. 
마음에 와닿아 적어두고 싶은 구절들이 (너무) 많았다.

-- 

마지막 모습이 불편했던 사람이 잘되는 것보다 마음 아픈 것은 불편했던 사람이 고통과 비극을 겪는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가버리면 정말 곤란했다 (38).

그때
마음을 다스린 후의 이상하게도 비릿한 뒷맛이 스스로에 대한 실망 맛이었음은 한참 후에야 있었다 (41).

 

멀리서 그녀들은 밝고 멍청해 보였는데 그녀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너는 너의 일을 , 지금 나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있어 (45).

 

당연한 젊음을 허비하는 아닌 필사적으로 삶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쭐했다. 내가 여러 가지 의미로 어른이라고 자부했다 (45).

 

때로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도 한다는 진부한 운명론적인 말을 결코 인정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겨울과 봄을 거치며 시간의 흐름이 확실히 나를 이전과는 다른 장소에 가져다 놓았음을 수긍할 밖에 없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그냥 묵혀내야하는 시간이 있다. 살기 위해 죽은 듯이 살아내야 하는 시간. 기다리는 외에는 아무것도 것이 없는 나는 세월의 흐름이 안겨준 재생력에 겸허히 감사해야만 했다. 스물두 살의 나로서는 인정하기 싫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에취 (57).

 

스스로를 조롱할 있는 능력이 그들을 구원했기 때문이다. 자기조롱 능력 이루는 것은 자기 객관화와 유머 감각일 텐데, 반대로 그것들이 결여되면 적신호 반짝, 전염병 환자처럼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 외톨이로 전학하게 되는 시간 문제였다 (79).

 

그렇다고 연애하는 여자들이 반드시 객관적으로 매력적이거나 우월하거나 세련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결핍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고 단순하고 유치했다 (90).

 

사랑은 얼마나 자의적인가. 사실 사랑이라는 것은 혼자서 겪어가는 감정에 불과한 아니던가.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는 아니라, 각자 나는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알고 보면 사랑이란 혼자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사랑으로 서로를 바꿀 있다는 데에 애초에 비관적인 것일까. 사람이 그랬던 많은 경우 탓이 아니었다. 가령, 우리를 가장 괴롭게 하는 온도의 차이, 열정의 차이 (116).

 

그와 나는 열정의 포용 범위가 애초에 다른 것이다. 기질적으로 열정이 없으면 같은 사람이 있고, 머리로는 열정을 원하지만 막상 다가오면 소용돌이에 말려드는 것에 겁먹는 사람도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감정의 한계점이 있을 뿐이다 (117).

 

호기심 어린 호감이 이질감이나 배타심으로 바뀌는 것은 운의 문제였다. ‘ 서로의 고유성과 개별성을, 그냥 내가 나이고 네가 너임을 지켜봐주길 바랐지만, 우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정황에 따라 얼마든지 무너지거나 달라질 있었다 (127).

 

드러나는 회색 부분이 현실을 말해준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많은 문제들은 양의적이고, 결론은 간단히 나오지 않았다 (136).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개인으로 살아가는, 그런 삶의 방식이 나에게 이미 스며들어버렸다. 보통은 결핍이 있으면 어른이 되어서 애써 부분을 채우거나 보상받으려 하는데, 다행히 어른이 되자 홀로 선다는 것은 자유로워진다는 의미임을 만큼 단단해진 부분이 안에 생겼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도, 내가 모든 사람을 기쁘게 수도 없었다. 제일 억울한 , 하필 내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한테 무리했던 . 내가 좋아하지도 않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이상한 심리라니, 생각해보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 (138).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 애초에 그들이 책을 사랑하게 계기는 짧든 길든 심리적으로 외톨이였던 시절이 있어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외롭지 않을 있도록 책의 힘을 빌릴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142).

 

후천적 노력으로는 감당이 되는 선천적 재능과 매력의 시험대가 되는 시간, 신이 빚어낸 수작과 실패작을 여실히, 가감없이 보게 되는 시간이다 (147).

 

마치 아름답게 태어난 여자아이가 아무도 항의하지 못할, 타고난 힘을 지니게 되는 것처럼 (147).

 

비단 전학생 과거가 아니라 해도,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타인을 때로는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의 상처를 이해하는 아니라 아예 상처 자체가 존대한다는 것을 모르는, 나와는 전혀 다른 해맑고 경쾌하고 산뜻한 존재가 한층 위안이 때가 많았다 (177).

 

돌아보면 삶의 크고 작은 성취들은 모두 좋아하는 남자에게 보이기 위해 해낸 것들이었다 (179).

 

그가 변한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주었던 시선과 언어들은 예의상 약간 변형은 하되, 고스란히 다른 여자한테 안길 테니까 (184).

 

교훈이니 성장이니 배움이니 하는 것들은 죄다 말장난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질 뿐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헤어지는 데에는 누구의 잘못도 없다 (185).

 

생각하지만 쓰는 사람들은 절대 자기만족을 위해서만 없다. 봐주는 사람, 인정해주는 사람, 아니 어떤 직업보다도 사랑받는 필요로 하는 말리게 자기중심적인 애정결핍증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196).

 

행복이라는 단어를 당연하다는 듯이 편안하게 다루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신기하다. 어떻게 저렇게 행복이라는 개념에 편안할 수가 있지? 애초에 나는 너무 삐딱하고 비관적인지도 모르겠다. 전형적인 행복감 혹은 성취감을 느낄 때면 그것을 오래오래 느긋이 즐기기보다도, 성질이 급해서인지 느낌이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가장 먼저 의식했다 (202)

 

남자와의 우정은 생기면 자리에 그대로 고이게끔 방치했는데 그렇게 놔둔 우정이 오래가면서 강해졌다. 반면 열심히 노력 들인 연애는 피고 바로 죽어버렸다. 사이 남자아이들은 내가 보든 말든 혼자서 제멋대로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인생을 가꿔나가고 있었다. 모습을 지켜보는 , 아이들이 남자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눈부시도록 즐거웠다 (219).

 

과연 내가 일을 다음에 자신을 좋아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싫어하게 것인가. – 일을 함으로써 겉으로 비치는 나의 모습과 내가 느끼는 나의 진짜 모습 간에 괴리가 깊어질 것인가, 아니면 점점 나다운일체감을 느낄 것인가 (235).

 

자신감, 자존감이라는 , 적어도 경우엔 거저 오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시간과 인내심과 훈련과 노력해본 경험, 그리고 일상에서의 일관된 성실함이 필요했다 (240).

 

꿈을 이루게 하는 것은 집요한 집착, 이거 하나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뭔가에 집착하게 되면 그와 관련된 모든 것에 민감해진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기사만 봐도 속에서 울컥 질투심이 일고 가슴이 답답해졌고, 내가 가려는 길을 이미 경험한 이들과 조금이라도 접점을 찾으며 온갖 정보를 얻으려고 다양한 방법으로 손을 써보기도 했다. ‘꿈을 좇는 결코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241).

 

하지만 그것을 목표라는 단어로 바꾸어 말해본다면? 목표는 구체적으로 달성해야 되는 현실이기 때문에 입에 올리면 마음이 즐겁긴커녕 무겁기만 하다. 때로 그들의 꿈은 돈벌이와 무관한 곳에 우아하게 놓여 있다. 사실 돈벌이와 무관해도 되는 좋은 처지라면 목표보다 꿈이라는 단어에 의지하기 쉬워질 것도 같다 (242).

 

무엇을 겹겹이 쌓는지도 모르고 몸집을 위로 옆으로 그저 부풀리며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상처 입고 흘리고, 까지고 끊임없이 새살을 만들어내며 자신이 온전히 있어야 제자리에서 재생한다 (259).

 

 * 

태도에 관하여에서도 그렇지만, 집요하게 노력하는 자세를 풀어내는 모양은 이마에 써놓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태도이다. 이것을 너무나 딱딱하게 타인에게 들이댈 필요는 없지만, 헐렁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본문의 페이지를 옮긴다.

 

일에 있어서 미의식이나 자아실현을 너무 좋아하다 보면 자칫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납득되면 라는, 자기만족 중시형 가치관으로 후퇴하기 쉽다. 생각대로 풀리면 노력한 과정이 중요해라고 첨언하기도 한다. 나름대로 훈훈하다면 훈훈한 가치관이지만, 글쎄다, 나는 납득이 되었다. 정정당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일로 삼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일에 대해서는 최대한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정직한 마음 아닐까. 위로 코드의 자가 해석 성공 말고 본연의 의미의 성공 말이다. ‘나만 좋으면 정도로 자기만족에 그치는 아닌, 일을 잘해내고 타인으로부터 객관적인 인정도 받고 합당한 금전적 보상을 쟁취하는, 기분 째지는 그것 말이다.

 

좋아하는 일로 자신이 납득할 만한 성취를 이루어야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의미가 살고, 깊은 충만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자기 자신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변화시킬 있는 아닐까?

 

필요 없고 소박하게 나만 좋으면 .’

그냥 하기 싫은 것만 있다면 많은 바라.’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일이 아니라 자기계발의 영역이다. 쾌적하고 남들과 경쟁하거나 성낼 필요도 없고, 어떤 실망도 절망도 없는 혼자만의 안온한 세계. 최선을 다하거나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도 자기 기준, 내키는 대로. 모든 판단의 기준이 자의적일 때는 나에게 있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정의를 다시 내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린 이제 스스로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직시할 있는 어른이니까 (243).

 

요 며칠 정신을 빼놓고 다니며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ㅎㅎ 다시 내가 좋아하는 나의 생활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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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어떤 사람한테서 그의 책을 선물 받고 난 뒤 앤드류 포터는 내게 흥미로운 동시대의 작가가 되었다. 영어로 된 글을 잘 쓰는 것은 화려한 기교나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모든 글이 그런 것 같지만), 문장과 문장들을 짜임있게 쓰고 단어들을 잘 배열하는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해주었던 then-short story 작가였다. 그 후 트위터에서 그를 찾아 팔로우를 하니 그도 팔로우를! 대화는 떨림 속에 해보았던 처음이자 마지막 트윗 한번 ㅜ_ㅠ 트리니티 조교수라는데, 테녀 심사 잘 통과하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글을 오래오래 쓰시길 소망합니다. ㅜ_ㅜ 


그의 장편소설 In Between Days를 오늘에야 다 읽어보았다. 한국에서 몇번 읽으려다가 산만해져 읽지 못하고 결국 대출기간이 되어 반납했던 책인데, 이번엔 하루만에 다 읽었다. 페이스는 느리지만 몰입하기 쉬운 나름 서스펜스. 


동부 출신 앤드류 포터 본인도 Vassar College라는 리버럴 아츠를 나왔고, 클로이가 다니는 곳도 가상의 리버럴 아츠, 이 책의 배경이 되는 텍사스는 미 중부. 거기에 친한 남매, 대학원, 정신과 등의 설정은 모두 내가 공감할 수 있고, 실제로 경험하였던 사건과 배경이었기에 더욱 더 흥미로웠다. 특히 클로이가 처음 대학에 와 적응하지 못하다 친구들을 만나는 것, 그리고 멍청한 선택들을 내리는 일련의 과정들은 정말 생생하게 표현되었다. 가상의 그녀에게 감정이입하여 화를 내다보니 그가 얼마나 뛰어난 작가인지 또다시 깨닫; 한국인 인물 "승" 이 비열한 친구로 나오지만, 포터가 묘사한 그의 백그라운드를 보다보면 충분히 내 주위에도 있을 법한 지극히 전형적인 아시안 2세. 여담이지만 나의 전전남친이 생각이 났슈. 흑.


앤드류 포터의 장점은 문장이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 담백하다는 것,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쿵 하고 내려앉게 하는 서사를 적당한 타이밍에 보여준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바로 이 쿨함. 놈코어 같은 그의 글에서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미 중산층 가정 " 이라는 영문학 코스웍 챕터가 있다면 리딩으로 써도 될 것 같은, 지금의 미국을 섬세하고 빽빽히 표현한 이야기. 


그나저나 한국어 판 표지는 왜 이렇게 구린 걸까. 





(모든 페이지 넘버는 리디북스 이북 기준).


그 시는 그가 며칠동안 끙끙거리며 쓴 작품이지만, 결국 그게 다 무슨 의미란 말인가? 그 자신조차 대답할 수가 없다. 그는 때로 이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긴 할까, 지은이를 제외하고 그 시가 진정 무슨 뜻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자문해본다 (29).


그를 마주하고 있을 때에만 여자들이 잡지나 책에서 사랑에 대해 하는 말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에게는 어떤 냉담함, 무심함의 분위기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거기에 끌리는 것 같았다 (39).


세상에 리처드보다 더 그녀를 잘 아는 사람, 리처드만큼 그녀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다. 잠시 그녀는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느낌, 쳐다보기만 해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빠가 다 알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 유년기의 대부분을 오빠는 그녀의 가장 가깝고도 유일한 친구, 단 하나의 방패이자 마음을 터놓는 상대가 되어주었다. 심지어 지금도 그녀는 자기 삶에서 오빠 말고는 그 일과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오빠가 아니라면 누구에게도 그 얘기를 해볼 생각조차 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42).


그가 글씨를 갈겨쓰는 동안 그녀는 그를 바라보다가 그의 등뒤 벽에 길게 늘어선 파일 캐비넛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모두 맛이 간 인간들, 그녀는 생각한다. 노란 파일에 알파벳순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이 모든 사람들. 그녀는 그들 사이에서 자신의 순위가 궁금하다. 맛이 간 정도를 대강 등급으로 나누면 자신은 어디쯤에 있을지 (48).


정말로 시를 직업으로 삼기 위해 휴스턴을 떠난다는 생각만 하면 완전히 공포에 질려버린다는 사실이었다.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서도, 인문학 석사학위 과정의 공부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일단 떠나고 나면, 스스로를 시인이라 규정하고 나면, 거기 전념하기로 결정하고 나면, 더는 무심한 척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는 그것이 자신임을 인정해야만 할 터였다. ...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다른 사람들이 그 말을 들어주길 원한다고, 세상에 그리고 스스로에게 인정해야만 할 터였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무심함은 그의 신조였다 (88).


"그러면 안 만나면 되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지루한데 왜 그냥 안 끊어버리냐고!"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게 원칙이니까요. 내가 원하는 사람을 내가 원할 때 만날 수 있어야 하고, 당신은 그걸 문제삼지 말아야 하니까요. 정상적인 사람들은 사귈 때 그렇게 하는 거니까요." (114).


그 건물을 보고 있으면 영화에서 자주 본 대학들의 모습, 즉 뉴잉글랜드 특유의 확고한 분별력, 동부의 고전적인 우아함 등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황량한 복도를 지나다니며 그녀는 깨져버린 약속, 타락한 과거를 감지했다. 클로이가 스트래섬 대학을 선택한 것은, 그곳이 한때 대학이 지녀야 한다고 그녀가 믿었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는 예스러운 뉴잉글랜드 도시에 위치해 있었고, 다양성과 진보적 교육을 강조하며 인문학 과정들을 홍보했다. 열정적인 교수들과 그보다 더 열정적인 학생들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 그때를, 스트래섬 대학에서 보낸 첫 육 개월을 돌아보면, 그녀는 그 기간 대부분을 자발적 고립상태에서 보냈음을 깨닫는다. 우선, 기숙사의 다른 학생들과 달리 클로이는 처음에 친구를 사귀기가 너무 힘들었다.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아서도, 사교성이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그녀는 스트래섬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의 어울림이 싫었다 (127).


차 앞자리에 앉아 그의 친구 집 현관문을 나와 천천히 잔디밭을 걷는 케이든스를 처음 보았던 1981년의 늦여름밤으로 그는 돌아가 있다. 어둠 속에서 나오던 그녀의 몸, 가로등 불빛을 받아 갑자기 환해지던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녀, 장차 그의 아이들의 엄마가 될 그 아름다운 여자를 보자마자 느꼈던 흥분이 떠오른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한마디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어떤 멋진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하던 그 밤의 기억이 (190).


불현듯 그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어린애를 너무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11).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아무리 멀리 떠나도 과거로부터 진정으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 (470).


진정으로 과거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과거를 지워버리고, 자신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가족과 친구와 고국과의 모든 유대를 끊어버리는 것일 수도 있을까?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그런 식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영원히 이렇게 살 수도 있을까, 아니면 언젠가는 돌아갈 필요를 느끼게 될까? 그녀의 앞길을 막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죄책감, 가족에 대한 이상한 의무감, 어머니와 리처드에게 느끼는 책임감, 두사람에게 남긴 것이 거의 없다는 회한이었다 (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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