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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1. 05:47

 

 

남편이 회사 각 부서에서 뽑아 만든 소수 정예 전담팀 같은 곳에 뽑혔는데, 그가 유일한 동아시아인 남성이라 이 이야기를 하면서 놀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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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1. 01:53

일주일에 두 번, 편도 100마일을 운전해서 출근한다. 한국으로 치면 잠실에서 충남대까지의 거리다. 새벽 다섯시 반에 출발해 어두운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루틴이 된 지 어느덧 5년째. 해가 뜨면 도로 위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쭉 뻗은 전나무들, 앞서가는 자동차들의 생김새, 로드킬당한 동물들, 갓길에 멈춰 선 차량들.
 
미국의 고속도로에는 늘 타이어 파편이나 차량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들이 흩어져 있다. 몇 년 전 봄에는 출근길에 놓인 철조각을 피하지 못해 차 앞부분이 뜯겨 나간 적도 있다. 그 뒤 동료 교수와 얘기하다 왜 이렇게 도로에 파손된 잔해가 많은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그러자 동료가 말했다. "보통 그 정도로 큰 부품이 떨어지는 건 트럭들일 텐데, 트럭 운전사들 진짜 시간 없어. 도착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다음 화물 싣고 또 달려야 해. 차 수리할 시간이 없대."
 
트럭 운전사 할아버지가 사는 트레일러에서 지낸 적이 있다. 처음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 나는 규정에 맞지 않는 어느 동네 주민의 집에 임시로 맡겨졌다. 미드웨스트의 작은 타운, 오래된 트레일러 안에는 삼대가 함께 살고 있었다. 한 달 조금 넘게 지내는 동안 할아버지를 본 건 두세 번뿐이었다.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았고, 왼쪽 얼굴에 유난히 주름이 깊었다. 집에 오면 식사를 한 끼 정도 하고는 방에 들어갔고, 다음 날이면 또다시 어디론가 떠나 있었다. 그러면 할머니는 다시 안방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캔디 크러쉬를 하곤 했다.
 
어느 날 저녁을 먹고 나서 할머니가 자랑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셨다. 미국 50개 주의 쿼터를 하나씩 끼워 모아 둔 골판지 판 같은 것이었다. 오랫동안 모았고, 이런 게 여러 개 있다고 하셨다. 하와이와 알래스카는 어떻게 구했느냐고 물어보았는데, 대답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도 알아들은 말이 있었다. 최대한 미국의 많은 곳을 알고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일 년 뒤면 떠날 아이였으니까.
 
곧 나는 다른 가정으로 옮겨졌다. 그곳에서의 안 좋은 기억은 없고, 나는 그들과 퍽 잘 지냈다. 호스트 시스터는 내가 가져온 한국 옷이 뭔가 이상하다면서도 학교에 입고 가도 되느냐고 물었고, 호스트맘은 담배를 많이 피웠지만 예뻤고, 잘 웃었고, 자기 픽업트럭 이름을 딴 다코타라는 강아지 한 마리를 키웠다. 
 
며칠 전 페이스북에 몇 년 만에 글을 올리니, 그 호스트맘이 댓글을 남기며 너무 반갑다고 했다. 어떻게 지내느냐고 했더니, 몇 년 전 우리 엄마 돌아가신 소식은 들었어? 라고 했다. 처음 만난 날 내 이름 두 음절을 발음하지 못하겠다며 앞으로 나를 "남"이라고 부르겠다고 통보하던 할머니. 월마트에서 내게 첫 핸드백과 배구용 테니스 슈즈를 사주고, 학교 급식 무료로 먹을 수 있으니 걱정 말고 간식까지 사 먹으라고 일러주던 할머니. 트레일러의 가장 큰 방에서 햇볕을 맞으며 컴퓨터로 캔디 크러쉬를 하던 모습. 할아버지가 올 때마다 내가 부끄러워질 만큼 남편을 허그하던 그녀 모습이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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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9. 29. 05:43

삼십 년 넘게 무난함을 미덕으로 삼으며 살아온 나. 
요즘 살 만한지 자꾸 이런 것에 관심이 간다.
 
그것은 바로~ 날티. 
 
날티란 무엇인가? 챗지피티에게 물어보았다. 개념화해 봐. 조작화해 봐.

내가 naltiness라고 이름 지은 거 아님 ㅜㅜ 구리쟈나

 
왜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느냐 하면, 일단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날티상"이라는 표현이 "두부상"처럼 매력적인 외형의 한 유형을 지칭하게 된 듯하다. 
 

이전 5년 대비 5,000% 이상 증가한 "날티상" 검색어. 걍 신조어 탄생인 듯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내 학생들의 타투와 피어싱, 그리고 예전 같으면 내가 좀 불량해 보인다고 생각했을 법한 모습들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타투는 오랫동안 날티, 그러니까 "좀 불량해 보임"의 대표적인 cue였다. 여기는 미국이고 타투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 다르다는 건 알면서도 그랬다. 그런데 타투를 한 학생들이 정말 많다. 그리고 그중에는 성실하고, 똑똑하고, 예의 바르고, 책임감 있는 학생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점점.. 이런 외형적 cue와 도덕성의 상관이 실제로 얼마나 큰가? 대체 몬상관이냐?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나는 저 cue들만 보고 성실성이나 인격까지 꽤 강하게 추론해 왔던 거 같다. 일종의 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인데.. 그걸 별 의심 없이 생각을 정교하지 않게 하고 살았구나 싶다. 사실은 이런식으로 분리해야 하는 건데.
 
타투 --> 취향/표현 방식
성실성 --> 실제 행동으로 판단
인격 --> 관계/선택으로 판단
 
당연한 얘기같은데 나는 자꾸 이런 것들을 한 덩어리로 묶어버린다. 아마 편해서일 거고, 내가 자라온 문화에서 그런 표식에 이미 의미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거고. 내 경우 교회를 다니는 사람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그런 생각 안에서는 불량해 보일 수 있는 표식은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애초에 그런 것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별 의미 없는 일이 되니까. 
 
근데 또 그렇다고 내가 타투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피어싱도 할 마음은 없다. 나처럼 변덕스러운 사람이 몸에 반영구적으로 남는 무언가를 새긴다는 사실 자체가 몹시 부담스럽다. 그냥.. 요즘 self-authorship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기준이 어디서 왔는지 자주 돌아보게 되어서 그런 듯. 그리고 패기 있고 아름다운 나의 젊은 학생들을 보다 보면, 나도 내가 정해 놓은 범위에서 조금쯤은 벗어나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면..! 
어차피 cue가 cue 뿐이라면, 나도 저런 cue를 하나쯤 몸에 두르고 싶어서, 이제껏 비밀스럽게 신어보고 싶으면서도 차마 트라이 해보지 못했던 니하이 부츠를 주문해보았다는 것이당. 호호호. 꽤나 noncompliant 하지 않아? 
 

근데 주문한지 며칠 되었는데 왜 배송 이메일이 안오니!

 
**타투가 위험추구/감각추구/비순응성과 weak association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타투를 본 사람들이 그 사람의 성격을 어떻게 추론하는지에 관한 perception-, stigma-related 연구들이다. 그리고 이런 지각된 성격 차이는 실제 차이보다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음. 
 
Weldemariam, H., Chegeni, R., Pallesen, S., Breivik, G., Loland, S., & Sagoe, D. (2026). The social perception of performance enhancement and body modificat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n anabolic steroids, tattoos, and cosmetic surgery. Acta Psychologica, 263, 106240. 
 
Tate, J. C., & Shelton, B. L. (2008). Personality correlates of tattooing and body piercing in a college sample: The kids are alright.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5(4), 281-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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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9. 26. 00:18

 

좋아하는 밴드가 동네에 온다고 하는데, 워킹맘이 공연이라니 너무 호사스러운 것 같아 광고가 자꾸 떠도 그냥 클릭만 해보고 말다가.. 지난달 패킷 준비하다가 미칠 것 같아 충동적으로 티켓 한 장을 예매했었다. 그래 놓고서도 남편한테 한달동안 말을 못하고 (일한다고 새벽까지 고생하는데 나는 선선한 가을밤 자유부인이 되어 인디밴드 공연을 벅차게 보고 올 것이 너무 미안했음) 어제까지만 해도 티켓을 리셀할까, 그냥 가지 말까, 동네에 갈 만한 친구를 찾아 양도할까 고민했다. 결국 어제 말했는데, 남편이 흔쾌히 다녀오라고 했다. 주차걱정부터 해주고 흑흑. 노라고 안할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유노..? 
 
그 뒤로 너무 신나서 이번 투어 셋리스트를 찾아 열심히 듣고 있다. 다음 날 새벽 또 강의하러 가야해서 빨리 빠져나와야 하니 주차도 프리미엄 파킹으로 업그레이드 함. 곧 봐요 한국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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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9. 24. 06:21

학생일 때는 편지를 참 많이 썼다. 바다 건너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애인과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게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내 글씨체는 그 사람들을 따라갔다. 내가 사랑할 만큼 근사했던 그들을 닮고 싶어서. 같은 글씨체로 종이에 글을 적다 보면 꼭 금방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멀리 있어도 너와 닮은 내 글씨를 보고 나를 먼 사람이라 느껴주지 않았으면 해서.
 
이십년 동안 수차례 이사를 하면서도 가지고 다니던 내 편지들이 있었는데, 작년 아이와 함께 이사를 한 뒤로 그 상자를 못 찾겠다. 오랜만에 한국에 손으로 편지를 적어 소식을 전하다 보니, 뜻대로 적히지 않는 나의 한글 모양이 영 이상해 좀 따라 써 보려고 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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