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을까?" 라는 말을 일주일 사이에 두번 들었다. 한번은 멋있는 남자애가, 한번은 어떤 언니와 그 남자애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궁금하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의미가 그렇게 있을까 싶다. 뼈가 만져지고 부드럽다는 내 손은 그저 껍데기 일 뿐인데. 이 모습에서 무엇을 찾아내는 걸까. 내 생각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내 몸은 궁금한걸까.
요즘 내가 원하지 않는 애정을 받고 있다. 나는 연애를 당했고, 사귀어보지도 않은 사람과의 이별을 고민하고 있다. 내 주소를 알고 집에 찾아온다.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남기고, 음식을 두고 간다. 내일부턴 친한 언니가 우리집에 와서 잠을 자기로 했다. 나는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무서운 것인데, 그 사람은 왜 나를 제멋대로 친밀하게 여길까. 나는 시작한 적도 없는데 모든 인연은 마무리가 중요하다며 본인에게 메이크업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한다. 내가 왜?
학부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 남자애는 내 문 앞에 예쁜 한국 여자애가 살고 있다고 글을 쓰고 가고, 내 남자친구가 두고 간 꽃을 망가뜨리고, 옆옆방에 사는 여자친구와 스킨쉽을 할 때면 문을 열어두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미치고 무서운 남자들을 어트랙트하는 재능이 있는 것일까. 내 탓을 할 게 아닌데 내 잘못은 없었나 자꾸 되짚어 본다.
나는 이 사실을 말할 수가 없다.
나 정말로 씩씩하고 멋있게 잘 공부하며 사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면 나도 모르게, 내가 부모와 함께 살았더라면- 내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 내가 유학생이 아니었더라면 - 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애초에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나 자신을 지킬 사람은 이곳에 나 밖에 없는데, 그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서럽고 그럴 때가 있다.
이번일도 어떻게든 지나갈 것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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