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엔 엄마가 돌아가시는 꿈을 꿨다. 한참 가위를 눌리다 일어나서 엄마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한참을 횡설수설하며 울었다. 엄마는 처음엔 좋은 일이 생기는 꿈이라며 웃다가 내가 울음을 그치지 못하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죽으면 남연이가 이렇게 울어주겠구나" 했다.
커피를 마시고 연구실에 가도 자꾸 그 꿈이 떠올랐다. 엎드려서 울 때 느껴졌던 바닥의 딱딱함, 어찌할 바 몰라 같은 장소를 빙빙 돌 때의 풍경, 숙모와 찾아온 사촌 언니들을 향한 시기 같은 거. 어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연구실에 가서도 몇 자 쓰지도 않고 밖에 나가고 카톡으로 사람들이랑 이야기했다. 운동도 가지 않았다. 밤에는 저녁을 먹고 삼십분 걸리는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으로 운전해서 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마지막으로 갔던 곳. 그곳을 가는 길엔 자꾸만 문 잠금 버튼을 여러 번 누르게 된다. 맞은 편에서 오는 차가 나를 총으로 쏜 뒤 그곳 어디에 묻더라도 아무도 모를 만큼 캄캄하고 고요한 중부의 콩밭이다.
사실 이제는 나 자신을 다독이며 잘 지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혼자 울 때면, 특히 그것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 회의감 때문이면 - 그리고 이토록 어이없는 것에 trigger 되면 - 나는 액셀을 더 세게 밟고 이대로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일은 없다).
나이를 먹으며 차차 깨닫는 많은 것들 중의 하나는, 사람들은 제각기 다르며 모든 사람은 조금씩 잘못되었다는 것. 그리고 나 또한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부분이 여러 개 있다는 것. 씩씩하게 지내다가도 이런 꿈 하나에 어그러지는 이유. 나는 나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구체적으로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강하고 그것을 단념하지 못한다. 한편 그것이 얼마나 치기 어린 생각인지 또한 잘 알고 있다. 나의 쓴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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