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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26. 19:01

"살아갈수록 모호한 것들과 명석한 것들, 몽롱한 것들과 확실한 것들, 희뿌연 것들과 뚜렷한 것들은 뒤섞인다. '살아갈수록'이라든지 '뒤섞인다' 같은 말들은 사실 무책임하고 부정확하다. 모호한 것들과 명석한 것들은 '살아갈수록' 뒤섞이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뒤섞여 있는 것이며, '뒤섞이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그것들을 분별해서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내 유년의 피난지를, 천막교회와 소방망루를, 그리고 야간당직에서 퇴근한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은 아침식탁의 밥냄새를, 말하여질 수 없는 모호함 속에서 내 육신으로 확인해내듯이 죽은 장철민의 생애를 확인해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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